면허를 따고 정확히 5년이 지났습니다. 5년 동안 한 번도 운전대를 제대로 잡아본 적이 없었어요. 사실은 못한 게 아니라 정말 무서워서 못했습니다. 신입사원 때 후배 차를 빌려서 운전했다가 큰 사고를 낸 적이 있거든요. 다행히 사람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운전은 악몽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 대전에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계속 버스와 택시만 탔습니다. 처음 1, 2년은 그래도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남편은 차를 못 탄다고 한숨을 쉬었고, 주말에 나들이를 가려고 해도 운전을 못 하니까 남편이 계속 운전해야 했습니다. 아이가 생긴 후에는 더 심했어요. 아이 학용품을 사려고 해도, 병원을 가려고 해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거든요 ㅠㅠ
올해 초가 되니까 정말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는 꼭 운전을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데 막상 결심했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일반 운전면허 학원은 너무 오래전에 다녔고, 요즘은 방문 연수 같은 게 있다는 것도 얼마 전에 알았거든요.
대전에서 운전연수를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업체들이 있었습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는데 대략 8시간에 30만원대부터 50만원대까지 있었어요. 저는 자차운전연수로 결정했습니다. 우리 집에 있는 자동차 특성을 알아야 하고, 내가 타는 차에서 처음 운전하는 게 나중에 혼자 다닐 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대전 쪽에서 연수를 해주는 업체 중에서 후기가 좋은 곳으로 선택했습니다. 가격은 12시간에 42만원이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비싸다 싶었어요. 근데 상담 전화를 받은 분이 "사고 경험이 있으시면 더 천천히 진행해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하셔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약속이었어요.

1일차 오전 10시에 강사님이 오셨습니다. 나이가 6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셨는데 처음 인사를 나눌 때부터 진짜 편했습니다. "5년을 못 타셨으면 당연히 떨리실 거예요. 그럼 느리게 갈게요"라고 말씀하셔서 안심이 됐어요. 처음 30분은 주차장에서 핸들 잡는 법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브레이크, 액셀, 핸들, 미러 조정 이런 기초부터 하나하나 설명해주셨어요.
그 다음에 우리 집 근처 동네 도로로 나갔습니다. 첫 출발할 때 손이 진짜 떨렸어요. 앞이 잘 안 보이는 것 같고, 옆 차가 가까운 것 같고, 신호등이 복잡해 보였습니다. 강사님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도 괜찮습니다. 시간 제한 없어요"라고 계속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이 정말 위로가 됐거든요. 약 1시간을 동네 도로에서만 운전했습니다.
1일차 오후에는 대전 시내 도로로 나갔습니다.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연습했어요. 처음에는 신호 보고 들어가는 타이밍을 못 잡아서 몇 번이나 실수했습니다. 그럼 강사님이 "맞은편 차들이 다 지나가면 출발하세요. 천천히 핸들을 돌리고요"라고 하셨어요.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좌회전이 점점 나아졌습니다.
1일차 마지막 시간에는 주차 연습을 했습니다.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으로 갔는데 정말 무서웠어요. 공간이 좁아 보였고, 앞뒤로 차가 있으니까 더 떨렸거든요. 강사님이 "이번에는 성공할 거예요. 천천히만 해요. 후진할 때 사이드미러를 봐요"라고 자신감을 주셨는데 3번 만에 성공했습니다. 진짜 이 순간부터 자신감이 조금 생겼어요.
2일차에는 대전의 더 큰 도로에서 연습했습니다. 유성구 쪽 4차선 도로에서 차선변경을 하는 게 제일 무서웠어요. 옆에 큰 트럭이 오니까 아예 공포심이 올라왔습니다. 강사님이 "트럭이 크니까 당신이 더 조심하면 돼요. 옆에서 올 때는 깜빡이 켜고 충분히 거리를 확인한 다음에 천천히 들어가세요"라고 가르쳐주셨어요. 처음엔 이 방법도 무서웠는데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2일차 주차는 좀 더 어려운 곳을 선택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인데 우측 평행주차를 연습했어요. 처음에는 각도를 못 맞춰서 다시 빼고 들어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강사님이 인내심 있게 "여기서 핸들을 각도 있게 꺾으면 됩니다. 사이드미러에 흰 선이 보일 때쯤 해요. 백미러도 봐서 뒷바퀴 위치 확인하고요"라고 하셔서 감이 서서히 잡혔어요. 3번째 시도에서 성공했을 때 정말 신났습니다.
2일차 마지막에는 정말 자신감이 조금 생겼습니다. 아침에 비해서 손도 덜 떨렸고, 신호등도 편하게 봤거든요. 운전이 아직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사님이 "내일이 마지막 날인데 그날은 좀 더 실전 같이 갈 거예요. 당신이 정말 가야 할 곳으로요"라고 하셨습니다.
3일차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강사님이 "오늘은 당신이 정말 다녀야 하는 곳으로 가볼까요?"라고 하셔서 회사까지 가보기로 했어요. 출근 시간대라 차가 많았는데 오히려 좋았습니다. 신호등이 많고, 차가 많으면서도 나는 점점 더 차분하게 운전했거든요. 회사 앞 좁은 골목에 주차할 때도 성공했어요. 강사님이 "이제 충분히 혼자 다니실 수 있겠어요. 진짜 잘했습니다"라고 하셨는데 그 순간 눈물이 나올 뻔했습니다.
3일차 이후로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말에만 짧은 거리를 다녔어요. 집 근처 마트, 아이 학원 다녀오기 정도였습니다. 1주일 후에는 대전 시내 어디든 혼자 갈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은 아이를 태우고 매일 다닙니다. 처음으로 아이를 안전하게 운전해서 데려다주고 싶었는데 이제 그게 현실이 되었거든요.
내돈내산 42만원이지만 진짜 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고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운전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아이도 엄마 차에 타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사고 경험이 있어서 운전을 못 하고 계신 분이 있으면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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