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때 따놨던 면허증이 아직도 제 지갑에 들어있습니다. 이제는 색깔도 많이 바래졌는데, 정말 한 번도 제대로 쓴 적이 없거든요.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저는 완벽한 장롱면허 보유자가 돼버렸습니다. 버스와 지하철만 타다가 남편의 차에 의존해서 생활해왔습니다.
장롱면허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였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병원도 다녀야 하고, 학원도 데려다줘야 하고, 주말마다 어디든 가야 할 일들이 생겼거든요. 남편은 이미 퇴근 후에 운전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저는 계속 택시를 불러야 했습니다. 한 번은 아이가 밤 10시에 갑자기 고열이 났는데 남편이 야근 중이었습니다. 택시를 30분을 기다렸는데, 그때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그때부터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9년을 안 했으니 정말 무서웠습니다. 도로에 나갈 생각만 해도 손에 땀이 났고, 차 사이를 지나다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공황이 올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얘기했을 때 '운전연수 받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대전에서 자차운전연수를 찾게 되었습니다.
대전에 있는 여러 업체들을 비교했습니다. 초보운전연수, 방문운전연수, 자차운전연수 등 다양한 옵션들이 있었는데, 제가 선택한 건 자차운전연수였습니다. 어차피 자기 차로만 다닐 거라면 자기 차에 익숙해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비용은 15시간 4일 코스에 48만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9년간의 고민을 생각하면 정말 합리적이었습니다.

첫 날 아침, 운전대를 잡기 직전에 손이 떨렸습니다. 진짜 9년 만이었거든요. 핸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막연했고, 브레이크 밟는 것도 어색했습니다. 선생님이 '괜찮습니다. 이런 분들 많습니다' 라고 편하게 말씀해주셔서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처음 30분은 집 주변 아파트 단지 도로에서 차감을 익혔습니다.
그 다음에는 대전 시내의 넓은 도로로 나갔습니다. 중앙로, 둔산로 같은 큰 도로들이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떨렸습니다 ㅋㅋ 다른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신호는 자주 바뀌고, 이 모든 게 9년 만에 마주하는 현실이었거든요. 하지만 선생님이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차선 정중앙에서 천천히 가시면 돼요' 라고 말씀해주셨고, 그렇게 해보니 정말 달라졌습니다.
두 번째 날에는 주차 연습이 중심이었습니다. 제일 무서웠던 부분이 주차였거든요. 아파트 지하주차장, 대형마트 지하주차장, 길거리 평행주차까지 다양한 주차 상황을 연습했습니다. 처음에는 방향 감각이 없어서 몇 번이나 실수했습니다. 한 번은 기둥에 거의 닿을 뻔했는데, 선생님이 '걱정 마세요. 사이드미러에서 기둥이 선실선 높이까지 오면 핸들 꺾으세요' 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그 팁을 따라 해보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다음부터는 한 두 번 안에 주차가 되더라고요. 특히 대전 신세계 건물 지하주차장에서의 평행주차는 정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조금씩 전진 후진을 반복하면서 정확히 들어갔을 때, 선생님이 박수를 쳐주셨습니다.

세 번째 날에는 더 복잡한 도로 상황들을 다뤘습니다. 회전교차로, 좌우회전이 많은 교차로, 버스 정류장이 있는 도로 등등. 제일 힘들었던 건 버스와 나란히 운전하는 것이었습니다. 버스가 너무 크고 위협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버스 운전사는 경험 많으신 분이니까 어차피 조심할 거고, 당신은 당신의 차선에 집중하세요' 라고 해주니 훨씬 편했습니다.
네 번째 날은 종합적인 복습 날이었습니다. 아침에는 대전 시내에서 좌회전, 우회전, 신호를 다양하게 다뤘고, 오후에는 대전에서 천안으로 가는 국도를 타봤습니다. 처음으로 도시를 벗어나서 한적한 도로를 운전해봤는데, 이건 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신호도 적고, 차도 적지만, 대신 속도감이 있었거든요.
마지막 시간이 되니 선생님이 '이제 충분히 혼자 운전하실 수 있습니다'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9년을 잃어버린 마음이 정말로 복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가슴이 정말 뭉클했습니다.
연수 끝나고 처음 운전한 날은 아이들을 데리고 마트에 갔습니다. 5년 전부터 아이들이 '엄마 운전하는 거 봤어?'라고 물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응, 엄마가 운전했어' 라고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신기해했고, 특히 둘째가 '엄마 잘 운전하시네요' 라고 농담처럼 말했을 때 정말 웃음이 나왔습니다.
48만원의 비용은 9년의 스트레스, 계속되는 남편의 운전 거절, 아이들이 급할 때의 무력감을 모두 사 버린 가격이었습니다. 지금은 매일 자신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혹시 장롱면허를 오래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처럼 9년을 미루셨어도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정말 인생이 달라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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